발걸음 끝에 채인 그 곳
바다의 군무는 힘차고도 관능적이었으며,
방파제에, 돌에, 해안에 부딪히며 철썩이는 그 합창 소리는 사이렌의 노랫소리 같았다.
그리고 그 바다를 비추는 햇살은 너무나도 따뜻해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월 6일 9시 5분 서울발 제주도행 비행기
전날 밤 늦게까지 회식에서 과음을 하는 바람에 짐을 싸지도 못하고 골아떨어져선 새벽 6시 가까스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다행히 별다른 숙취는 없지만 피곤한 몸에 짐을 싸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은 지나가니 조급한 마음만 들었다.
옷가지를 주섬주섬 가방에 집어 넣고, 카메라와 렌즈, 아이팟을 챙기곤 얼추 준비가 된 것 같아 사과를 먹으면서 다시한번 빠진 것이 없나 곰곰히 생각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정말 전 일정의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좀 더 자유로울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 그건 또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위안 삼고는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좀 늦게 도착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9호선 급행이 와선 생각보다 빠른 시각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인원은 기존 계획인원 4명에서 한명이 회사에 출근하게 되어 세명으로 결정되었다. 고등학교 친한 친구들로 매번 술자리에서도 보는데 굳이 여행까지 같이 갈 필요가 있나라고 한대도 역시 여행은 편한 사람들과 가는게 제일이다 싶다. 공항에서 만나서 수속을 하고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하니 화제가 자연스레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갔었던 일이 되었다. 셋 모두의 공통적인 수학여행의 가장 큰 기억은 우기였고, 비가 많이 와서 종일 숙소 내에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 기억만 선명해서 그런지 각자 기억하고 있는 내용들이 다르다. 물론 그땐 전부 다른 반이어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자신이 찍힌 단체사진이나 개인사진에 근거해 모든걸 기억하고 있다는 것.
시간이 다가와 비행기를 타고 얼마 안 있으니 비행기가 이륙했다. 비행기가 뜨기도 전에 잠드는 경우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얘기를 하니 잘도 깨어 있는다. ㅋ 순식간에 비행기는 서울을 박차고 올라 궤도에 진입을 했다. 그다지 선명하지만은 않은 서울의 하늘이 보인다.
한동안 창밖의 풍경에 정신을 놓고 있다 일정에 대해서 화제를 옮겨 이야기를 했다. 우선 렌트카는 공항에서 픽업해서 돌아오는 8일 오후 1시 반까지 반납을 하는 것으로 정했고, 숙소는 친구 아버지 지인의 힘을 빌어 하루는 중문 단지의 리조트에서 일박, 둘째날은 신제주시의 회사 콘도에서 일박을 하는 것으로 정해졌기에 일정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첫쨰날 일정은 우선 차를 픽업하자마자 우도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나온 후 늦은 점심으로 해물 뚝배기를 먹곤 그 힘을 빌어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를 본 후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저녁에는 조사했던 식당에서 말고기와 흑돼지를 먹기로 했다.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도중 창밖을 보니 어느덧 남해로 추정되는 곳을 지나고 있었다.
남해의 섬들과 그 인근 바다에 줄줄히 정열되어 있는 양식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 위에서 보는 남해의 모습은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잠시 이야기를 중단하고 이번 여행을 위해 새로 산 표준 줌렌즈로 이리저리 만져가며 모습을 담았다. 렌즈의 무게라던지 줌을 했을 때의 화각이라던지 얼른 손에 익히고 싶었다.
둘째날 일정에 대해서는 계획이 첫째날보다 구체적이지 못했다. 우선은 중문단지에 있는 주상절리를 가는 것과 저녁에 회를 먹는 것만 정해졌을 뿐이었다. 박물관이나 갤러리는 친구들의 기호와는 거리가 멀어서 우선순위에서 배제된 후 그 후론 다시는 논의되지 못했다. 그렇게 흐지부지되어 결국은 우선 제주도에 가서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을 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어느덧 창밖은 뜨문뜨문 작은 무인도들만 보일 뿐이었다. 어딘가를 향하는 작은 배들의 모습이 마치 갈곳을 잃은 듯 하여 어딘지 모르게 외로워보이는 것이 제주도가 가까워지긴 한 모양이다.
햇살이 마주쬐는 창밖으로 본 바다는 하얗고 눈부셨지만 어느덧 제주도 공항에 내리기 위해 상공을 선회하는 비행기의 자리에서 본 제주도의 바다는 무척이나 푸르렀다.
그렇게 우리들은 제주도에 도착했다.
내가 쓰는 신용카드는 1년에 한번씩 Gift Voucher 가 나온다. 그 중 사용가능한 혜택중 하나는 항공권으로
이렇게 명기되어 있다.
항공권 -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국내선 동반자 왕복 항공권
이번 주말 고등학교 동창들과 제주도로 2박 3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 중에 가장 친한 녀석이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내가 항공권을 부담하겠다!! 라고 말하고는 같이 가자고 꼬셨다. 저 바우처의 뜻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ㅡㅡ;; 난 당연히 동반자 포함 왕복 무료 항공권인줄 알았지 엉엉
전화해서 예약을 하려니 본인은 돈을 부담하고 동반자만 무료가 되는 셈이었던 것이다. 푸하하 이건 뭐 보기좋게 한방 먹어버렸다. 아,,이런 뜻이구나. 역시 꼼꼼하게 잘 살펴봐야하는데 너무 성급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가항공 이용하지 누가 대한항공을 이용하겠어 ㅋㅋ
사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큰 맘 먹고 모아둔 돈으로 표준 줌 렌즈를 하나 구입해서 안그래도 비틀거리고 있었는데 이거 당분간은 다운된 채로 일어서지 못하겠다. 설 상여를 기대하며 연명하는 수밖에 ㅡㅡa
에잇 이렇게 된 이상 값비싼 사진들이나 잔뜩 찍어가지고 와야겠다. 그래도 제주도 가서 회나 흑돼지 먹을
생각하니까 기대된다. ㅋ 얼른 숙소랑 렌트카를 정해야 할텐데 ㅋ 이건 친구녀석에게 넘겨버려야겠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들어서게 되는 순간은
이방인으로서의 낯설음을 안은 채 미지의 세계로 들어감을 의미한다.
그 낯설음은 이방인의 의식을 부옇게 만들고, 도시의 빛은 눈을 멀게 하며,
도시의 독특한 냄새는 후각을 마비시킨다.
이방인은 철저하게 자신의 오감을 배제당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몽롱함 속에서 행해지는 사유의 자유
그것은 마치 담배를 있는 힘껏 들이마시고는 그 어지러움에 취한 것 같기도 하며,
한여름 격렬한 운동을 끝내고 녹초가 되어 그늘로 들어와 누울 때 느껴지는 어지러움 같기도 하다.
그는 그 몽롱함과 상상의 나래에 힘입어 그곳에 자신을 녹여보리라고 시도를 하지만 결코 녹녹치 않다.
그는 그 몽롱함과 상상의 나래에 힘입어 그 도시를, 사람을 사랑하고자 시도를 해도 결코 녹녹치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배제당했던 오감은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하고, 꿈보단 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감을 완전히 회복하게 되는 순간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존재를 확실히 인지하기 시작한다.
머무는 것이 아닌, 돌아갈 곳이 정해져 있는 단지 스쳐지나가는 사람.